Action Speaks Louder
2022.06.27
지구를 위협한 갤럭시의 4년
2018년 6월 삼성전자는 주요 글로벌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하며 친환경 기업의 이미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실제로 미주, 유럽, 중국 등의 사업장은 약속한대로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되었지만 이는 삼성전자 전체 사용 전력의 20%에 해당할 뿐, 전체 소비 전력의 80% 이상을 사용하는 한국과 베트남 사업장에서는 현재까지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이 전무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계속 증가해왔고, 2020년에만 29,532톤의 탄소를 배출했습니다. 이는 노르웨이 국가 전체의 배출량과 맞먹는 양입니다.
화석연료 발전 비중이 높은 한국에서, 삼성전자는 전력다소비기업 1위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습니다. 탈석탄에 소극적인 국영 발전사들을 우회하여 재생에너지 발전사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고 싶다는 의사는 밝힌 바 있지만 실제로는 이와 관련된 구매시장에 참여한 적도 없고,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도 아직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화석연료 에너지의 의존도를 줄일 능력과 자원이 충분한 글로벌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4년 전의 선언 이후 삼성전자가 한 일은 “지구를 위한 갤럭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생각해낸 게 전부입니다. 이는 그린워싱이 아닐 수 없습니다.
첫째도 기후, 둘째도 기후, 셋째도 기후입니다
따라서 올해 6월 14일은 삼성의 그린워싱 4주년을 “축하”해야 합니다. 2주 간의 유럽 순방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발언과 삼성전자의 행보를 보면, 어쩌면 5주년도 축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세계 정세와 시장 상황을 직접 목도하고 온 그룹 총수의 첫 마디는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 이었고, 바로 다음날 소집되었다는 삼성전자 사장단 ‘긴급회의’에서 8시간의 대장정 끝에 나온 결론은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미래 시장을 개척하겠다”가 전부였습니다. 지금의 삼성전자에겐 기술도 중요하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기후 리더십도 필요합니다. 구글, 애플, TSMC 등 글로벌 기업은 물론 SK, LG, 현대차 등 한국의 대기업들보다도 뒤처진 재생에너지 100% 전환 선언도 시급합니다. 삼성전자는 부회장님의 말씀 못지 않게, 전세계 앞의 기후위기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2023년은 진정한 재생에너지 전환 1주년이 되어야 합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큰 순이익을 내는 기업. D램과 OLED, 스마트폰 등 주요 전자제품 점유율 세계 1위 기업. 한국을 넘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 이런 기업에게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것이 “말만 앞세운 그린워싱”일까요? 지금의 삼성전자는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까?
작년 우리는 COP26이 한창이던 영국 글래스고에 삼성오징어게임을 등장시켰고, 올해는 삼성전자의 전세계적인 그린워싱 4주년을 축하하고 있습니다. 그간 삼성전자가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해 획기적인 선언을 하리란 보도가 이어졌지만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갈 길은 멀고, 이미 다른 기업들은 진작 앞서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진정한 재생에너지 100% 전환 선언을 통해 하루 빨리 한 발 나아가지 않는다면, 화려한 광고와 언론 홍보가 실질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술 리더가 아닌 기후위기에 무책임했던 글로벌 기업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재용 부회장님. 당신과 삼성전자의 새로운 한 마디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