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그린스틸 선임전략
2025.07.29
‘aespa’의 신곡 ‘dirty works’가 2025년 6월 27일에 공개되며 더욱 강력해진 쇠맛으로 에스파가 화려하게 컴백했다.이에 대한 K-pop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고나 역시 눈과 귀가 한껏 즐거웠다.
평상시 ‘기후’라는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로 영상의 배경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였다. 제철소에서 뮤직비디오를 찍겠다는 발상부터 남달랐다. 그들의 새로운 시도가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한편으론 철광석을 저장하는 돔 안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멤버들을 보며 ‘철광석 분진이 많이 날릴 텐데, 호흡기에 안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에스파가 촬영 장소로 제철소를 택한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지만, 제철소라는 공간과 신곡 제목이 겹치는 순간 철강전략가로 일하고 있는 나의 직업적 호기심이 일었다. 혹시 더티 쇠 맛이라고 마케팅하고 있는 에스파의 이 노래는 단순한 우연을 가장한 의도나 큰 그림이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영어로 제철소를 ‘Steel works’라고 하는데, 그곳에서 ‘Dirty’를 외치다니! ‘Dirty’는 이 업계에서 자주 쓰는 전문 용어(?) 중 하나 아닌가. 예를 들어 ‘Dirty coal’처럼 말이다.
이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다시 한 번 짚고 넘어가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정말 ‘Dirty works’인지 말이다. 얼마 전 회사가 발간한 2025년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읽으면서, 머릿속에는 그 가사 한 구절이 계속 맴돌았다.
우선, 2024년 한 해 동안 재생에너지 사용량이 전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2023년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이 전혀 없었고, 전 세계 주요 철강사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었다. 2024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소규모지만 국내에서 11.6MW급 태양광 설비를 준공했고, 미국에서는 14GWh의 재생전력 공급계약을 확보했다고 하니 내년부터는 수치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으로,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속가능성보고서에 따르면 스코프 1, 2, 3을 모두 합하면 약 3,510만 톤으로, 전년 대비 200만 톤이 늘었다. 회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2% 감축하겠다고 선언했지만, 기준년도인 2018년(2,250만 톤 + 스코프3)보다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불과 5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감축은커녕 증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철강 1톤 생산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 집약도 역시 악화됐다. 2024년에는 철강 1톤당 1.45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됐다. 2021년 1.36톤과 비교하면 오히려 배출량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은 발전사와 철강사다. 그중 상위 10개 기업 중 하나가 바로 현대제철이다. 회사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 0%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속가능성보고서의 데이터는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배출 감축과 재생에너지 사용량 증가는 벼락치기로 쉽고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동시에 현대제철은 글로벌 지속가능경영 평가기관인 CDP 한국위원회에서 2025년 4월 기후변화 대응 분야 우수기업으로 선정되어 원자재 탄소경영 섹터 아너스를 수상했다는데, 탄소배출 증가와 이 수상 사이의 괴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시 ‘dirty works’의 노래 가사와 선율이 머릿속을 스친다.
‘Real bad business, that’s dirty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