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 동안 ASL은 매우 서로 다른 공간들을 오갔습니다. 엔지니어와 제조사들이 모인 코펜하겐 고온 히트펌프 심포지엄, 대형 의류·섬유 소싱 전시회인 Texworld Paris, 그리고 역시 파리에서 열린 OECD 의류·신발 산업 실사(Due Diligence) 포럼까지.
이 서로 다른 자리에서 반복해서 등장한 하나의 주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클린 히트(Clean Heat)’입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 섬유 제조 과정은 매우 높은 환경 부담을 동반합니다. 섬유 생산 과정에서는 특히 증기와 온수가 많이 필요하며, 이는 주로 Tier 2 공정(염색·마감 단계)에서 사용됩니다. 문제는 이 열의 대부분이 여전히 석탄, 가스, 바이오매스를 현장에서 태워 생산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대안이 있습니다. 바로 화석연료 기반 열 생산을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 기반 기술로 전환하는 방식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기술 중 하나가 산업용 히트펌프입니다. 히트펌프는 연소를 통해 열을 만드는 대신 열을 이동시키고 변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장치입니다. 히트펌프는 전기로 작동하며, 여기에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면 화석연료를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출을 크게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공장 내부 온도를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되어 의류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섬유 공장을 히트펌프와 같은 클린 히트 기술로 전환하는 것은 패션 산업 탈탄소화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도입까지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지난 한 달 동안 ASL의 탈탄소 캠페이너 Ruth MacGilp과 Liv Simpliciano는 히트펌프 제조사, 패션 브랜드, 섬유 공급업체들을 만나며 현장의 흐름을 직접 확인했습니다. 기술의 잠재력과 함께, 아직 남아 있는 도전 과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각자가 현장에서 본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기술의 세계 안에서: Liv가 코펜하겐에서 본 것
“코펜하겐에서 열린 고온 히트펌프 심포지엄은 말 그대로 히트펌프의 천국이었습니다. 행사장은 주로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s, 즉 히트펌프 제조사)과 학계 연구자들로 채워져 있었고, 화학·식음료·제지·섬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적용 사례가 발표되었습니다.
ASL은 현장에 참석한 몇 안 되는 시민사회 단체 중 하나였습니다. 저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공간이었기에 그 자체로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캠페이너로서 저는 히트펌프가 왜 중요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대기 오염을 줄이고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며 열 관련 배출을 줄이는 등 기후와 노동자 건강 모두에 중요한 기술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제조사들과 이야기하고, 열역학·시스템 통합·산업 공정·온도 조건 등을 다루는 학술 발표를 들으며 이 기술이 얼마나 복잡한 기술적 영역 위에 놓여 있는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기술적인 관점에서 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기술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최대 200°C까지 작동하는 고온 히트펌프 시스템은 이미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하며, 장비는 점점 더 모듈화되고 표준화되고 있습니다. 기술 혁신의 속도도 빠릅니다.
이 점은 제가 주요 패션 브랜드들로부터 반복적으로 들었던 주장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
“산업용 히트펌프는 너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모든 설치가 완전히 맞춤형이어야 한다.”기술이 복잡하다는 말에는 일정 부분 사실이 있습니다. 기술 자체는 준비되어 있지만, 구조적 격차·지식 격차·재정 격차 때문에 많은 섬유 공장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캠페이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중 인식을 높이고, 전기화와 히트펌프 도입을 지원하는 정책을 촉구하며, 이 전환이 영향을 받는 사람들과 산업을 고려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판매 현장에서 본 현실: Ruth가 파리에서 본 것
“파리 외곽에서 열린 대형 의류·섬유 소싱 전시회 Texworld에서는 전시장 곳곳에서 스타일, 사이즈, 색상, 가격에 대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하지만 기후 이야기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표면적인 지속가능성 인증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영업 담당자들은 자신들의 공장이 어떤 에너지로 운영되는지조차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소싱 논의와 탈탄소화 사이의 이런 단절은 이러한 대형 산업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기후 목표와 비즈니스 의사결정을 연결하는 일은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저는 ‘섬유 산업의 혁신: 연구에서 실제 영향까지(Innovating in the Textile Industry: From Research to Impact)’라는 패널 토론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현재 ‘혁신’이라는 개념은 지나치게 좁게 정의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차세대 섬유 소재에 수십억 달러가 투자됐지만, 이러한 소재는 여전히 전 세계 공급의 1% 미만에 불과합니다. 반면 화석연료 기반 공장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덜 화려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열 공정에 사용되는 에너지를 클린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가 입는 옷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독성 대기오염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이제 우리는 옷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뿐 아니라 어떤 에너지로 만들어졌는지를 봐야 합니다.
이후 저는 파리에서 열린 OECD 의류·신발 산업 실사 포럼에서도 이 주제를 이어갔습니다. 패션 공급망의 책임 있는 경영을 주제로 한 다양한 논의 속에서 기후 적응, 노동권, 재정 지원이 핵심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공장의 노동 환경,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 그리고 공장이 전환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함께 고려하는 통합적 접근만이 장기적으로 효과적일 것입니다.
특히 극심한 폭염은 주요 우려로 제기되었습니다. 노동조합, 시민사회, 연구자들은 글로벌 남반구에서 일하는 의류 노동자들, 특히 여성 노동자들이 점점 더 큰 건강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기후 적응을 위한 자금은 여전히 부족하며, 브랜드의 기후 전략과도 종종 분리되어 있습니다. 또한 노동자들의 결사의 자유 제한 역시 노동자 주도의 해결책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지적되었습니다.메시지는 분명했습니다. 기후 회복력은 공급망 관계 속에 포함되어야지, 위기 대응 차원의 임시 조치로 다뤄져서는 안 됩니다.
또 다른 중요한 논의는 구매 관행이었습니다. 공급업체들은 단기 계약과 지속적인 가격 압박 때문에 탈탄소화를 위한 장기 투자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제조업체들은 지속가능성 목표가 핵심 비즈니스 결정에 통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노동조합은 자발적 약속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협약의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익숙한 교훈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기후 약속은 실제 행동과 권리 보유자와의 협력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의류 산업 탈탄소화를 위한 금융 및 정책’ 패널에서 기후 금융, 전기화, 섬유 생산 전문가들과 함께 브랜드가 공급업체의 탈탄소화를 어떻게 지원할 수 있는지 논의했습니다. 여기에는 재생에너지 기반 히트펌프 설치와 같은 실질적인 해결책에 투자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공장에서의 연소 과정을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폐열을 작업자를 위한 냉각 에너지로 전환하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토론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기후 목표를 어떻게 현장의 실제 행동으로 전환할 것인가입니다.
이제 질문은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확산할 것인가?”클린 히트에 대한 논의는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히트펌프는 이제 기술 행사뿐 아니라 소싱, 정책 논의 공간에서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질문도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작동할까?”에서 “이 기술을 어떻게 대규모로 확산할 것인가?”로. 이를 위해서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서는 협력이 필요합니다. 위험 분담 모델, 투명한 데이터, 장기적인 브랜드 약속, 그리고 이를 지원하는 정책 프레임워크가 함께 작동해야 합니다.
클린 히트를 향한 여정은 계속됩니다
불과 1년 전보다도 클린 히트와 산업 전기화는 훨씬 더 많은 산업 대화 속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기술 심포지엄, 소싱 전시회, 정책 포럼 등 패션 생태계의 다양한 공간으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습니다. Action Speaks Louder는 앞으로도 소싱 전략, 기후 약속, 금융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자리에 이 문제를 계속 가져갈 것입니다. 기술적 해결책을 책임성과 금융 구조와 연결하는 일은 여전히 탈탄소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핵심 과제입니다.
이 대화를 이어가는 다음 논의는 2026년 4월 29~30일,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Innovation Forum Sustainable Apparel and Textiles Conference에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산업 전기화를 개별 파일럿 프로젝트를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