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남, 시니어 그린스틸 전략가
2025.03.07
기후변화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가 철강 산업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그린스틸(Green steel)이라는 해결책이 존재합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기후 변화에 대한 영향에 대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안핬던 주요 철강 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친환경 대안으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합니다.
우리가 직면한 현실
아침마다 사용하는 전기 주전자, 출퇴근길의 지하철,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는 건물까지—철강은 우리 생활 곳곳에 존재하는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현대 사회를 형성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자재이지만, 동시에 기후 변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철강 산업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의 약 11%를 차지하며,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많은 산업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또한, 철강 산업은 모든 중공업 분야 중 두 번째로 탄소 집약적인 산업입니다. 이는 전통적인 철강 제조 방식이 고로(Blast Furnace)에서 석탄을 연소하는 방식에 의존하기 때문이며, 이 과정은 철강 산업 배출량의 90%를 차지합니다.
보다 깨끗한 미래를 위해, 자동차, 건물, 전자제품 등 우리 생활 속 모든 제품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하려면, 이러한 제품을 구성하는 소재자체인, 철강의 탈탄소화가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것은 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유지하고 인류가 직면한 기후 변화의 위협을 완화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실현 가능한 해결책
좋은 소식은, 더 깨끗한 대안이 이미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린스틸(Green Steel) 입니다.
그린스틸 생산 방식은 기존의 석탄 기반 고로를 전기로(Electric Arc Furnace, EAF) 로 대체하여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입니다. 전기로는 재생에너지로 구동될 수 있는 신기술이며, 철강 감축(reduction) 과정에서도 석탄 대신 그린 수소(Green Hydrogen) 를 사용합니다. 이 방식은 직접환원철(DRI, Direct Reduced Iron) 공정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그린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여 철광석을 철강으로 변환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유일한 부산물은 물입니다.
이 기술은 현재로서는 가장 유망한 탈탄소화 기술로 평가됩니다. 연구에 따르면, 그린 수소 1kg을 사용하면 약 25kg의 CO₂ 배출을 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그린스틸은 기존 철강 대비 약 톤당 0.4tCO₂e의 배출량 감소 효과를 가져옵니다.
극복해야 할 과제
그렇다면, 이미 해결책이 존재하는데도 왜 철강 산업의 탄소 배출은 여전히 높은 수준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가장 큰 과제는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입니다. 2050년까지 철강 산업의 완전한 탈탄소화를 실현하려면 약 2,700TWh(테라와트시)의 재생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는 EU 전체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러한 규모의 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더욱 어려운 과제입니다.
기술적 난제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유망한 기술인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H2-DRI) 방식조차도 아직 대규모 상업화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는 그린 수소의 생산, 운송, 저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술적 문제와 안정적인 공급망 부족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시장과 정책의 불확실성이 진전을 늦추고 있습니다. 많은 철강 기업들은 이미 막대한 비용을 기존의 석탄 기반 시설에 투자해왔습니다. 또한, 그린스틸의 생산 비용이 기존 철강보다 높아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정책이 일관되지 않아 기업들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으며, “누군가 먼저 성공하기를 기다리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변화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주요 철강 기업들은 여전히 업계 전반의 변화를 주도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철강 산업은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었지만, 우리가 함께 관심을 갖고 압력을 가하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긍정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스웨덴과 독일의 철강 기업 SSAB와 Thyssenkrupp은 이미 그린스틸로의 전환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더 많은 기업들이 이에 동참할수록 전환 도는 빨라지고, 비용도 절감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인식을 확산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가족과 친구들에게 철강 산업의 탄소발자국에 대해 이야기 하세요. 자동차 제조업체나 가전제품 제조업체 등 구매 브랜드에 그린스틸을 제품에 포함하도록 촉구하세요. 그리고 철강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면 직장 내에서 그린스틸에 대한 논의를 지지하세요.